안녕하세요? 김아영 작가입니다.
가을에 보기 좋은 전시, “공간 니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9월 28일(토)~10월 27일(일)
🤎 11:00~18:00(월, 화 휴무)
🤎 니닉크라프트(원주시 문막읍 원문로 1734-15)
🧡 9월 28일(토) 오후 2시 오프닝에 많은 참석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작가의 프로젝트인 ‘울림통’은 2019년 경기콘텐츠진흥원 지원작 ‘울림통’의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울림통은 VR을 이용한 도예 퍼포먼스 미디어 작품으로 기획했기에 본체의 보존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출입구가 좁아 전시 공간 밖으로 온전히 꺼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전시 후 결국 철거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울림통을 회상할 때 사람들이 더 기억하고 더 궁금해하고 더 그리워한 것은 내부를 촬영한 VR 영상이 아닌 직접 만질 수 있는 흙 구조물 그 자체였습니다. 울림통 본체는 현재 아주 작은 파편밖에 남아 있지 않아 애써 만든 작품이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을 더합니다. 이에 작가는 올해 새로운 울림 공간을 제작하여 선보이고 그 실물을 세상에 남기고자 합니다. 체험이란 직접적인 감각, 아날로그의 역할 안에 있습니다. 디지털 신호의 개념적이고 간접적인 감지가 아니라 일상 속 사물처럼 만지고 그 영역을 인지하게 하는 것은 실체를 가진 무언가가 제공하는 기회입니다.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아우르는 와중에도 흙만큼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작가는 물질이 가진 안정감 또한 추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이의 모습을 촬영해 남기는 것과 직접 품에 안는 것의 차이일까요? 기록은 분명 가치 있는 행위이나 몸으로 마주한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울림통의 재건은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상을 증폭하는 장치였던 지난 울림통에 이어 이번 울림통은 육체와 영성이라는 인간의 구성요소를 통해 깊은 의식의 근간을 투영합니다. 투영된 심상을 형상화하기 위해 흙은 투박하고 원시적이고 일차원적인 ‘빚는’ 행위를 거쳤고, 그로부터 몸통, 마음통, 신성이라는 세 개의 울림통이 창조됩니다. 2024 울림통은 몸이 마음을 드러내고 마음이 몸을 움직이는 힘이 ‘실재하는 것’과 ‘그에 내재된 본질’이 함께 만드는 울림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또, 몸과 마음처럼 완전히 다르지만 결속되어 분리할 수 없는, 마치 종이에 쓰인 소설이나 바위에 새겨진 그림처럼 서로에 각인된 흙(매체)과 이야기를 은유합니다. 어떻게 보면 실질적으로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순수미술과 디지털미디어의 융합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기조를 굳히는 셈입니다. 전시의 초기 콘셉트는 형태의 이미지를 위주로 방향을 고민했으나 사람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에 참여한 수 개월간 생각이 무르익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한데 모인 공간, 이 공동(空洞, void)을 함께 만든 공동체를 추억하는 의미를 더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개의 울림통은 작가가 창조한 판타지 세상 ‘니닉’의 공간으로 관객을 연결합니다. ‘몸통’은 생명을 품어내는 실과 ‘와모라’*, ‘마음통’은 우주의 궁전 ‘룽동’*, ‘신성’은 행성도 쪼개는 날카로운 바람 ‘갈무리’*를 각각 부제로 삼으며 그에 따른 니닉의 전설을 담아냅니다.
(*‘와모라’, ‘룽동’은 작가가 지은 순수 니닉어, ‘갈무리’는 기존 말의 소리를 가져와 새 의미를 더해 만든 합성 니닉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