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원 개인전 Pink Phobia
(JUMP 3번째 전시, 2024년 3월 16일 – 4월 21일)
<핑크빛 욕망의 무대>
한향림도자미술관 학예실장 이은미
권희원의 작품은 사랑에 대한 욕망과 불안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욕망과 불안은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작가는 사랑을 핑크빛 꿈과 같은 로맨틱한 환상을 품고 성장했지만, 그 환상은 점차 작가의 경험 속에서 깨지고 불안과 공포로 다가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왜 불안함을 지니고 사랑을 부정적으로 여기면서도 멈추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 그것은 작가 내면의 숨겨진 욕망을 탐구하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다가서는 단초가 된다.
욕망과 관련된 복잡한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욕망 이론을 소환한다. 라캉은 ‘욕망이 자아의 결핍에서 비롯되며, 타자가 이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기에 계속해서 타자를 욕망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상대방에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를 기대하지만 결핍의 근원적 출발점은 자아이기에 타자로 인해 충족할 수 없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좌절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작가가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작품으로 만드는 이유는 ‘대상으로서의 나’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즉, 작가는 자기 고백적인 작품으로 자신을 타자화하고 비로소 이해의 대상으로서 자신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다.
전시장의 작품들은 우리가 어떻게 욕망을 경험하는지에 대한 것을 작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여 만들어낸 탐구와 이해의 결과물이다. 그것들은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사랑을 넘어 삶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 깊은 사유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머와 위트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감상자를 즉각적으로 자신의 경험으로 이동시킨다. 때로는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알았더라도 외면했던 불편한 모습들을 만나게도 하지만 사랑에 대한 이상화된 이미지와 현실적인 경험 사이의 갈등, 그리고 사랑의 복잡성과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을 준다.
이쯤에서 우리는 작가와의 공감을 넘어 불완전하고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는 인간이 어떻게 자기 수용을 할 수 있으며 삶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라캉은 ‘인간은 욕망의 대상을 획득하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닿지 못하는 끝없는 여정으로서의 몸부림이 바로 주체의 삶’이라고 답한다.
작가는 앞으로 도래할 시간을 지나가며 경험의 폭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과 작품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인 통찰을 멈추지 않을 때,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가 만든 새로운 무대에 초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