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정 ;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시장소; 갤러리 도스
작가 노트
시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시기들을 가진다. 그것은 강렬하다가도 잔잔할 수 있고, 길다가도 짧을 수 있다. 그 시기들은 늘 비슷할 수도 있고, 어느 한 순간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여러 시기를 겪어내었고,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켜켜이 쌓여간다. 그것이 너무 많아져서 그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 순간 외부의 자극으로 그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자연에서는 수층과 화층, 지층 그리고 나이테 같은 것들을 통해 그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이 드러나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수많은 시기들을 견뎌내고 극복해낸 것들에게 경외심이 든다. 그것은 분명 스스로에게는 고되고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묻어두고 잊어버리며 묵묵히 앞으로 위로 향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수많은 켜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신도 기억할 수 없었던 시기들과 다시 한 번 조우할 수 있을 때,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어떤 다른 존재들이 그것의 표면 뿐 아니라 그 아래의 층까지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의식적으로라도 지금은 보이지 않고 기억나지 않는 아래층들을 파헤쳐보자. 내면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려는 의지와 행동이 진정 중요한 것이다. 그 아래에 있는 것이 아름답지 않고 조화롭지 않아도, 투박하고 칙칙하더라도 그 아래에는 분명한 그것만의 정체성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것을 드러내야만 나에게도 다른 존재에게도 충분한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안을, 또 다른 존재의 내면을 다시 알아보고, 제대로 알기 위한 조심스럽고도 아슬아슬했던 그 과정을 한번이라도 겪고 나면 그 안의 색을 오래도록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작지만 의미 있는 세계로 남아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각되고 완성된 그 형상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모두 하나의 우주를 담고 있을 것이다.